샤르코-마리-투스병(CMT)이란? 원인부터 치료까지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disease, CMT)은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입니다. 신경섬유를 보호하고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수초(myelin)나 축삭(axon)에 이상이 생겨, 손발의 근육이 약해지고 감각 이상이 나타납니다. 1886년, 장 마르탱 샤르코와 피에르 마리, 그리고 하워드 투스 박사가 처음 이 질병을 기술했습니다.

CMT는 전 세계 인구 2,500명당 약 1명꼴로 발생하며, 유병률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지만, 말초신경 질환 중에서는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이 질환은 진행성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악화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대수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원인과 유전 양식

CMT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다양한 유전 양식을 가집니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CMT1 (수초 손상)과 CMT2 (축삭 손상)입니다.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PMP22 유전자 중복: CMT1A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말초신경의 수초를 구성하는 단백질 생산 이상을 유발합니다.
  • GJB1 (Connexin 32) 돌연변이: X-연관 CMT (CMTX1)를 일으키며 남성에게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 MFN2 돌연변이: 축삭형 CMT2A의 주요 원인으로, 신경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를 일으킵니다.

이 외에도 EGR2, NEFL, GDAP1 등 다양한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10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가 보고되었습니다. 유전 방식은 상염색체 우성, 열성, X-연관성 등으로 다양합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주요 증상

CMT의 증상은 보통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에 시작되며, 서서히 진행됩니다.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발과 다리 근육 약화 및 위축
  • 발 아치 상승 (pes cavus) 또는 망치발가락(hammer toe) 변형
  • 손가락의 근력 저하로 세밀한 작업이 어려움
  • 감각 저하, 특히 통증과 온도 감각 소실
  • 보행 시 발을 끌거나 쉽게 넘어지는 경향
  • 드물게 척추측만증(척추 휘어짐) 동반

일부 환자에서는 손과 팔까지 증상이 확장되며, 심한 경우 호흡근 약화로 호흡 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환자는 비교적 경증의 경과를 보입니다.

진단 방법과 과학적 접근

CMT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단됩니다. 정확한 아형(subtype)을 파악하는 것이 치료 계획 수립에 중요합니다.

  • 임상 평가: 근력 검사, 감각 검사, 발 변형 여부 확인
  • 신경전도검사(NCS): 전도 속도가 느려지면 수초 손상형(CMT1), 속도가 유지되나 신호 강도가 감소하면 축삭 손상형(CMT2)으로 구분
  • 근전도검사(EMG): 근육 기능과 신경손상 정도 평가
  • 유전자 검사: 원인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여 진단 확정
  • 신경생검: 드물게 시행, 수초 탈락(demyelination) 여부 확인

최근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통해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하는 방법이 보편화되어 진단율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현재 치료법과 재활적 접근

CMT에는 아직까지 질병 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재활치료와 보조기구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물리치료: 근력 강화, 유연성 증진, 균형 개선 운동
  • 작업치료: 손 기능 보존 및 일상생활 지원 기술 훈련
  • 보조기 착용: 발목 보조기(AFO), 맞춤 신발, 손목 스플린트 등
  • 수술적 교정: 심한 변형 시 건 전이술, 골절골술 시행

또한, 약물치료로는 신경통 완화를 위해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의 약물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증상 조절 목적이며, 신경재생을 촉진하는 약물은 아직 임상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최신 연구 동향

현재 다양한 신약 및 유전자 치료가 연구 단계에 있습니다. 특히, PMP22 유전자 발현 억제제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약물은 유망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ASO 치료: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이용해 유전자 발현 조절 시도
  • AAV 기반 유전자 치료: 결함 유전자 교정 연구 활발
  • 소분자 치료제: 수초 단백질 발현 조절을 목표로 한 임상시험 진행

또한, 재생의학 분야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를 통한 신경재생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향후 10년 내에 CMT 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치며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아직까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관리, 그리고 환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재활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와 꾸준한 관리가 샤르코-마리-투스병과 함께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의 연구 결과에도 많은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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