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과거의 병일까요?
한센병(Hansen’s disease)은 흔히 ‘문둥병’이라는 오해로 알려진 감염병으로, 나병 또는 나프로시(Lepromatous leprosy)라고도 불립니다. 이 병은 마이코박테리움 레프레(M. leprae)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며, 피부, 말초신경, 점막 등을 천천히 침범하는 만성 감염병입니다.
1884년 노르웨이의 의사 게르하르드 한센(Gerhard Armauer Hansen)에 의해 원인균이 발견되면서, 그의 이름을 따 ‘한센병’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불치병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완치가 가능한 병입니다.
한센병은 어떻게 전염되나요?
한센병은 전염력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주로 장기간 밀접한 접촉을 통해 호흡기(코와 입의 비말)를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은 자연 면역으로 감염되지 않습니다.
특히 환자와 함께 생활한다고 해서 쉽게 감염되지 않으며, 일상적 접촉(악수, 대화, 식사 등)으로는 전파되지 않습니다.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일부 사람에게만 감염 가능성이 생기며, 환자도 치료를 시작하면 전염력이 거의 사라집니다.

주요 증상은 어떤가요?
한센병은 주로 피부와 말초신경을 침범합니다. 감염 후 수개월에서 수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서서히 증상이 나타납니다.
- 감각이 없는 피부 반점 또는 탈색된 부위
- 피부 건조, 벗겨짐, 붉은 반점 또는 결절
- 사지 말단의 저림, 감각 둔화, 통증
- 손발의 근육 위축, 기형화
- 눈의 침범 시 시력 저하
초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구적인 신경 손상으로 인해 손가락, 발가락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외형적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기 진단 시, 대부분의 후유증은 피할 수 있습니다.
한센병은 치료가 가능한가요?
네, 한센병은 현재 완치 가능한 병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제치료법(Multidrug Therapy, MDT)을 1981년부터 도입했으며, 이 치료법은 한센균에 대한 내성을 막고 완치를 돕는 표준 요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치료 기간은 보통 6개월~12개월 정도이며, 리팜피신(Rifampicin), 클로파지민(Clofazimine), 다프손(Dapsone) 등의 항생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합니다. 치료를 시작하면 전염력은 거의 사라지며, 가족이나 사회 구성원에게 위험을 주지 않습니다.
한센병에 대한 오해와 사회적 편견
한센병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낙인과 격리 정책 때문에 사회적 편견이 매우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병입니다. 많은 환우들이 차별, 소외, 고립을 겪어야 했고, 국내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의 정착촌(예: 소록도)은 오랜 기간 격리된 채 살아왔습니다.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가능한 병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무서운 병’, ‘전염병’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한센병 환자는 일상생활, 사회생활 모두 가능하며, 어떤 위협도 되지 않습니다.
한센병 예방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
한센병은 예방 백신이 존재하지 않지만, 조기 발견과 치료로 대부분 완치가 가능합니다. 피부에 감각이 없는 반점이나 지속적인 저림, 무감각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피부과, 감염내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는 한센병 감시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환자 발생 시에는 치료제와 생활 지원 등을 통해 국가 차원의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감염자에 대한 조기 진단 및 치료는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한 중요한 조치입니다.
한센병, 더 이상 두려운 병이 아닙니다
한센병은 과거의 인식처럼 불치병도, 격리 대상도 아닌 완치 가능한 감염성 질환입니다. 의료의 발전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고,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지에서 비롯된 차별은 치료보다 더 큰 고통을 줍니다. 한센병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함께 포용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때 진정한 ‘치료’가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