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조직 이상에서 시작되는 전신 질환
마르판 증후군(Marfan Syndrome)은 유전성 결합조직 질환으로, FBN1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 유전자는 15번 염색체에 존재하며, 피브릴린-1(fibrillin-1)이라는 구조 단백질 생성에 관여합니다. 피브릴린-1은 결합조직의 구조적 안정성과 탄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이 단백질의 결함은 혈관, 뼈, 안구, 폐 등 다양한 기관계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 질환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 방식으로 전해지며, 약 75%는 부모 중 한 명에게서 유전되지만, 25%는 자연발생 돌연변이(sporadic mutation)로 생기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5,000~10,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르판 증후군의 주요 임상 증상
증상은 기관계별로 매우 다양합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병변 분류입니다.
- 심혈관계: 대동맥 근부 확장(Aortic root dilatation), 대동맥박리(Aortic dissection), 승모판 탈출증(Mitral valve prolapse)
- 근골격계: 거미손모양(아라크노닥틸리), 과신전성 관절, 척추측만증, 흉곽 기형(함몰 혹은 돌출 흉곽), 평발
- 안과적: 수정체 탈구(ectopia lentis), 근시, 망막 박리 위험
- 폐: 자발성 기흉, 폐포 과팽창
심혈관계 합병증은 사망률과 직결되므로 정기적인 심초음파와 CT/MRI 추적 관찰이 필수입니다. 특히 대동맥 직경이 4.5cm 이상으로 확장되면 수술적 개입을 고려해야 하며, 5cm 이상일 경우 대동맥루 교체술이 권장됩니다.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마르판 증후군 진단에는 2010년 개정된 Revised Ghent Criteria가 사용됩니다. 해당 기준은 가족력 여부에 따라 달라지며, 다음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 FBN1 유전자 돌연변이 존재 여부
- 심혈관 이상(대동맥 근부 확장)
- 안과적 소견(수정체 탈구)
- 시스템 점수(Systemic score): 20가지 신체적 징후를 종합 점수화
유전자 검사는 진단을 확정하거나 가족 내 발병 여부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며, 특히 소아기부터 관리가 필요하므로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는 가능할까?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와 수술, 정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약물은 베타차단제입니다. 이 약물은 혈압을 낮추고 대동맥 벽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 대동맥 확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로사르탄(Losartan)과 같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가 피브릴린-1 신호전달 경로를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술적 치료로는 대동맥근부 수술(Bentall procedure 또는 valve-sparing aortic root replacement), 승모판 교체술이 대표적이며, 사전에 심장혈관외과 및 유전의학 전문가와의 협진이 필요합니다.
평소에는 과도한 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접촉 스포츠 등은 피하고, 매년 또는 6개월 단위로 심초음파 및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생활 속 조언과 가족 유전 상담
마르판 증후군은 가족력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에 대한 유전 상담(genetic counseling)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임신을 고려하고 있다면 산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정서적 스트레스나 외형적 콤플렉스를 완화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이나 커뮤니티의 지원도 병행되면 더욱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희귀 질환이라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확한 진단, 체계적인 치료, 꾸준한 관리만으로도 마르판 증후군을 가진 많은 분들이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