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신경이영양증, 생소하지만 중요한 유전성 질환
리 신경이영양증(Leber’s Hereditary Optic Neuropathy, LHON)은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드문 유전성 시신경 질환입니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양쪽 눈의 급격한 시력 저하로 실명에 이르게 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죠.
원인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
LHON의 원인은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DNA(mitochondrial DNA)의 돌연변이입니다. 특히 ND1, ND4, ND6 유전자에서의 돌연변이가 주된 원인으로 보고되며, 이로 인해 시신경의 축삭(axon)과 시신경 유두(optic disc)에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시신경이 점차 위축되어 기능을 잃게 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로부터만 유전되기 때문에, 리 신경이영양증은 모계 유전의 특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같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더라도 모두 발병하지는 않으며, 불완전한 발현도(penetrance)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요 증상은 급성 시력 소실
리 신경이영양증은 대개 한쪽 눈의 급성 중심시력 저하로 시작되어 몇 주 내 반대쪽 눈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초기에는 중심 암점(central scotoma), 색각 이상, 시야 흐림이 동반될 수 있으며, 결국 법적 실명 수준의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증상이 나타난 후 6개월~1년 사이에 시신경 위축이 진행되며,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자연적인 시력 회복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진단은 유전자 검사로 확정
임상적으로 LHON이 의심되는 경우, 안저 검사에서 시신경 유두의 충혈(hyperemia), 혈관 확장 및 출혈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결정적인 진단은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자 검사를 통해 ND1, ND4, ND6 등 주요 돌연변이를 확인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추가적으로 시신경 기능검사(VEP), 시야검사, OCT(광간섭단층촬영), MRI 등을 통해 다른 원인의 배제를 위한 정밀 검사가 병행됩니다.
치료는 아직 제한적, 하지만 희망은 있어요
현재까지 리 신경이영양증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이데베논(Idebenone)과 같은 항산화제 투여가 효과를 보인 사례가 있습니다. 이 약물은 미토콘드리아 내 전자전달계를 보조하여 에너지 생산을 일부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며, 초기 치료 시 회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유전자 치료, 줄기세포 치료,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강화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보다 실질적인 치료 옵션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생활 속 관리 및 유전 상담도 중요해요
LHON 환자 또는 보인자는 흡연과 음주를 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더욱 저하시키고,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 상담을 통해 발병 가능성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눈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기관입니다
리 신경이영양증은 드물지만, 환자와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성 질환입니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대처, 그리고 꾸준한 연구를 통한 치료법 개발이 절실합니다. 눈 건강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